상대의 이야기에 우리는 잘 공감하고 있을까?
오늘은 공감에 대한 이야기 나누어 보려고 하는데요. 공감은 원활한 소통에 있어 꼭 필요한 요소이지만, 공감을 방해하는 요소들이 우리 안에 있다고 합니다. 그럼 공감을 방해하는 것은 무엇인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공감을 방해하는 것은 자기중심적인 해석이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상대와의 대화에서 공감을 방해하는 것은 상대의 이야기에 대한 우리의 ‘자기중심적인 해석’입니다. 공감의 과정에서 우리는 자신의 경험과 지식, 그리고 감정에 비추어 상대의 이야기를 미루어 짐작하고, 해석하는 습관이 있는데요. 이런 상대의 이야기에 대한 주관적인 해석은 다양한 소통 문제를 일으킵니다.
자기중심적 해석이 다양한 소통 문제와 오해를 야기한다
내 경험, 내 정신상태를 투영해 상대의 입장을 생각하면,
상대와 나 사이에 차이를 알아차리고, 충분히 인정하는데 어려울 수 있다.
Nicholas Epley 시카고 대학교 심리학 교수의 말인데요. 일 년 전, 저는 상대에 대한 근거 없는 믿음으로 인해 당혹스러운 일을 겪었습니다. 대선 기간에 선거철 분위기에 따라 주변 지인들에게 투표에 대한 성향을 물었고, 그럴 때마다 상대의 답변에 저는 깜짝 놀라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10년 이상 알고 지낸 많은 사람들이 투표에 대한 의견이 저와는 많이 달랐던 겁니다.
이런 사실을 깨닫고, 저는 상대에 대한 왠지 모를 의아함과 배신감마저 느껴졌는데요. 왜 그런지 생각해 보니까,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은 나와 투표성향도 비슷할 것이다!라는 근거 없는 믿음에 스스로 빠져들었던 건 겁니다. 마음속으로 '나와 비슷한 성향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그게 아니었다니...'라고 외치며, 참 많이 당혹스러웠던 경험이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믿어 의심치 않았던 상대의 전혀 다른 모습을 확인했던 그런 경험 다들 있지 않으신가요? 사실 따져보면 나 혼자 지레 짐작했던 것이고, 그 생각은 근거 없는 편견이었던 겁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상대에 대한 이런 지레짐작은 상대와의 친밀도가 높아질수록 더 심해진다는데 있습니다.
친밀소통편향: 친한 사람일수록 오해와 갈등이 심해진다
우리는 종종 가까운 친구와 파트너들을 우리와 비슷한 존재로 인식한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아는 것을 그들도 알 것이라고 가정한다.
하지만 이런 가정은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절대 하지 않는다.
Nicholas Epley 시카고 대학교 심리학 교수의 말인데요. 친밀하다고 느낄수록 소통의 기준점이 편향되어 상대의 마음이 내 마음과 같다는 착각에 빠지는 현상인데요. 이런 현상을 친밀소통편향(Closeness Communication Bias)이라고 합니다.
친밀소통편향이 생기는 이유는 상대방이 나에 대해 잘 알고, 내 이야기를 잘 이해할 것이라는 과도한 기대감 때문인데요. 실제로 2010년의 한 연구에서는, 파트너에게 주어진 주제에 대해 설명하고, 그 내용이 파트너에게 얼마나 잘 전달됐는지 측정하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실험 결과는 놀라웠는데요.
실험 참가자들은 배우자나 절친의 설명보다 낯선 사람의 설명을 더 잘 이해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결과에 대해 시카고 대학교 니콜라스 에플리 교수는 이렇게 설명하는데요.
상대방의 말을 정확히 이해하려면,
'잠깐 저 사람 얘기가 이런 건가?'라는 마음속 확인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친한 사이에는 서로를 잘 안다고 여기는 탓에 그런 확인 과정을 생략한다.
친밀소통편향이 심해지면, 오히려 소통이 단절된다.
친밀 소통 편향이 심해지면, 자신의 속내를 상대방에게 털어놓지 않는 문제도 발생하는데요. 하버드 대학교 마리오 루이스 스몰 교수는 사람들은 근심거리가 있으면 친한 사람보다는 관계가 느슨한, 즉 덜 친한 사람에게 털어놓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가장 친밀한 사람에게 이야기했을 때, 맞닥뜨릴지 모를 비난, 무시, 과잉 반응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그래서인지 저는 부모님에게는 말없는 아들이지만, 택시 기사 아저씨에게는 주저리 주저리 할 말 못 할 말 다하는 수다쟁이 손님인 것 같습니다.
진정한 공감은 서로 잘 안다는 착각이 아닌, 자주 대화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우리는 평소에 ‘이 사람은 이럴 것이다!’라는 편견과 선입견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상대에 대한 이런 편향된 생각이 공감을 방해하는 지레짐작으로 이어지는데요. 평소 대화에서 우리가 이런 편향에 빠지지 않고, 사대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의 인류학자 로빈 던바 교수는 가장 쉬운 방법으로 상대와 "매일 대화하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하루하루 우리는 변하고 있습니다. 어느 누구도 어제 혹은 지난달의 자신과 현재의 자신은 똑같지 않은데요. 내가 알고 있는 상대방도 매일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변화를 매일 알아채고 업데이트해 놓아야 합니다.
진정한 공감을 안부를 묻는 것에서 시작한다.
상대의 변화를 알아채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그저 매일 "잘 지내?"라고 안부를 묻고, 그에 대한 대답을 듣는 것인데요. 이런 소소한 대화에서 진정한 공감이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저도 요즘 상대에게 공감한답시고, 영혼 없는 어색한 리액션과 피드백을 해오지는 않았나? 반성이 되는데요. 주변사람들에게 더 적극적으로 연락하고, 안부 물으며, 내가 알던 그들이 아니라, 현재의 그들에게 더 관심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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